2024년 다들 연준 파월 의장의 입에서 금리인하만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생각보다 물가가 잡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고용은 강력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간신히 2% 물가 지수 목표에 도달하면 과연 연준이 금리인하를 할까? 만약 금리인하를 안한다면 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볼 것 이다.
- CPI와 PCE란 무엇인가
- 연준의 물가안정목표제(2% 인플레이션 목표)란 무엇인가
CPI는 소비자 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의 약자로, 특정 국가의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가중 평균 값이다. CPI 지수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추적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가별 인플레이션 차이를 비교할 수도 있다. CPI는 인플레이션 측정에 완벽한 도구는 아니다. 그러나 물가 변동을 추적하는데 유용한 경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PCE는 개인 소비 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의 약자로,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지출한 비용을 모두 합한 그 총액이다. 이 지표를 활용하면 특정 기간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
CPI와 PCE는 모두 소비자 물가 지수로써 소비 지출의 변화를 측정하며 물가 변동과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추적하는 지표이지만, 두 지표는 몇 가지 차이가 존재한다.
- CPI와 PCE는 주시 대상이 다르다.
CPI는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일상적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 변동을 측정한다. 반면 PCE는 소비자 지출을 포함하여 정부와 비영리 단체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 변동까지 반영한다. 따라서 PCE가 훨씬 넓은 범위의 소비 지출을 커버하게 된다. - 물가 지수 계산 방법이 다르다.
CPI는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일상적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고정된 '장바구니'화 하여 이를 기반으로 가격 변동을 비교하게 된다. 따라서 CPI의 장바구니는 2년 주기로 업데이트가 되며 대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특성이 있다. 반면 PCE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따라 장바구니가 매달 업데이트 되며, 가격이 비싼 상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대체재를 이용하게 되므로 이에 따라 조정된 장바구니를 기반으로 하여 가격 변동을 비교하게 된다. -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결정 방법이 다르다.
CPI의 경우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직접 추적하여 결정하지만, PCE의 경우 체인 가중치 방법(Chain-weighted method)을 이용하여 시간 흐름에 따른 가격 변화를 더욱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CPI는 미국 노동부의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에서 매달 10~13일 발표한다. PCE는 미국 상무부의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s Analysis, BEA)에서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발표한다. CPI가 먼저 발표되는 만큼, 시장과 언론의 관심도가 높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금리와 정부프로그램이 CPI에 연동되어 작동한다. 예컨대, TIPS(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라는 물가연동국채는 CPI를 기준으로 하여 물가에 연동되어있다.
다양한 정부 정책과 시장 경제 체재가 CPI에 연동되어있거나 연관이 있는 만큼, CPI의 파급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CPI의 단점이 부각되는데, CPI는 고정된 상품과 서비스로 구성된 장바구니를 이용하여 계산되는 지표로 대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결함으로 인해, CPI는 PCE보다 거의 항상 인플레이션을 높게 측정하게 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이 세우는 물가 대책 및 정책 결정에는 일반적으로 CPI 보다 PCE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연준이 최고 목표로 하는 양대 책무는 다음과 같다.
- 최대 고용 실현(Maximum Employment)
- 물가 안정(Price Stability)
이 중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인 '물가 안정'은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 의장 재임 시기 이후,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과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에 의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폴 볼커는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에 이롭다'는 학계의 정론을 정면에서 거부하며 '모든 인플레이션은 해롭다'고 생각했던 경제학자였으며, 특히 급여소득자와 연금생활자들의 경우 수입이 상대적으로 고정적인데 반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수입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들을 위해서 화폐 가치와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연준 의장이었다.
반면 재닛 옐런은 계량경제학자로써, 물가 안정의 기준을 수치화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에게 '물가 안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린스펀은 '전반적 물가의 변화로 기업과 가계와 같은 경제 주체가 의사 판단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고 답해주었다. 그러나 재닛 옐런은 그 답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숫자로 말해달라'고 되물어 보았다. 그러나 거시 경제, 특히 물가와 금리와 같은 거대하고 복잡미묘한 세계를 숫자 하나로 단순화 시켜 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계량경제학자로써 세상을 지나치게 간단하게 생각한 오판이었던 것이다.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는 2012년 '물가 안정의 수치화'라는 목표를 연준의 절대 목표로 삼고, 그 수치를 2%로 잡았다. 2010년대 미국의 물가는 너무나 안정되어 있어서 인플레이션 수준은 0~0.5% 수준이었고 경기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 연준은 이를 딱히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무조건 2%로 맞춰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로 금리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여 막대한 돈을 전세계에 유통시킨 것이다. 이것은 모두 계량경제학자 재닛 옐런과 그녀의 설계에 동조한 연준 의장 벤 버냉키의 합작품이었다.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은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 수치가 있으므로 그 수치를 목표로 해야한다'는 물가 목표제이다. 이는 연준의 최대 목표이며, 따라서 그들은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 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2012년,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그 목표를 PCE 물가 지수 기준 2%로 정했다. 따라서 전세계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2012년 이후로 십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준이 PCE 지표를 주시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목표치가 2%라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인위적인 통화정책이 불러온 결과, 그 부작용은 아직 이 세계가 알지 못한다. 이 세계는 2012년 이래로 이정도 수준의 양적완화를 경험해본적이 없으며, 그 결과가 어떠할지, 언제 그 결과가 발생할지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 하워드 막스는 이를 두고 상전벽해(Sea Change)라는 말을 그의 모든 인터뷰에서 언급하고 다니고 있다.
한편, 최근 학계에서는 2010년대 이루어진 막대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앞으로 2% 물가 목표 도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연준의 목표치를 2%에서 3%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목표치를 하나의 수치로 정하지 말고, 2~3.5%의 목표 범위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주장 모두가 연준의 계량경제학, 즉 물가안정목표제를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물가의 목표란 계량화 할 수 없으며 시기와 상황에 따라 항상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는 지난 십수년간 미국 경제 시스템에 잠복기가 있는 독을 천천히 풀어 놓은 것과 같은 셈이다. 현재 이 순간에도, 물가 안정 목표를 수치로 갖는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경제학자들의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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